지난주 금요일,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의 첼로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연주회에 가기 전 예습 삼아, 이 분의 연주 동영상을 많이 보았는데요. 어딘지 모르게 꼬날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빌리 조엘 아저씨와 비슷한 분위기에 우선 깊은 情 한 번 드리고 싶어지더군요.

아~ 미샤 마이스키 콘서트, 그 날이 과연 오긴 올까요?

라며 콩기자님이 이미 수 개월 전에 예약해 놓으신 우리 자리는 무대에서 정말 가까운 R석,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정말 관람하기 좋은 자리였습니다.

 

시작을 기다리며 프로그램을 뒤적이던 꼬날이가 발견한 사진 한 장,

 

 

미샤 마이스키와 딸 릴리 마이스키가 다정한 포즈로 함께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이오그라피에 따르면 릴리 마이스키(Lily Maisky)는 1987년 생으로, 4살 때 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7년, 그러니까 10살 나이로 연주자로 데뷔를 했고, 이후 음악가로서 자신의 길을 걸어 가고 있습니다.

 

미샤 마이스키는 이번 공연에 피아노 연주자로 자신의 딸인 릴리 마이스키를 동행했습니다. 릴리 외에도 미샤 마이스키의 맏아들인 샤샤 마이스키는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 아들인 막심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자식들이 모두 그대로 물려 받은 가정인 모양이에요. :-)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하는 연주는 한 눈에 보아도 조금 특별했습니다. 연주자들이 협연을 할 때에는 몸짓이든 눈짓이든 손짓이든 무언가 서로를 향한 신호가 있기 마련일텐데, 이 분들은 그런 것이 거의 없더군요.

 

딸이 연주할 땐 아버지가 눈을 지긋이 감고 듣고 있다가 본인의 연주를 시작하곤 했구요. 동시에 시작해야 할 때에는 피아노에 앉은 딸이 아버지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곤 했습니다. 정말 영혼이 통하는 것 같은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퇴장할 때 마다 아버지는 딸보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걸었습니다. 딸 릴리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아버지 앞에서 걸어가고 말이죠. 문 앞에서는 꼭 딸이 먼저 들어가도록 길을 터 주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말이에요~  '낭만적인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기분 참 좋겠구나'라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ㅎㅎㅎㅎ

 

미샤 마이스키와 릴리 마이스키가 연주한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습니다.

 

= 1부 =

1.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알만한 도련님에게는'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 루드비히 반 베토벤

 

2. 스페인 민요 모음곡 - 마누엘 데 파야

 

3. 소나타 d단조 - 끌도 드뷔시

 

= 2부 =

1. Vocalise. op. 34/14 (보칼리제) / Elogie in e minor. op.3/1 (엘레지)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2. 소나타 d단조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미샤 마이스키는 정말 시간이 언제 흘렀나 싶을만큼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연주자더군요. 음악을 듣는 것 만큼 보는 감동도 크게 주는 분이었구요.

 

연주를 시작할 때 첼로에 손을 얹는 동작부터 활을 움직이는 모습, 딸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들이 모두 우아한 춤동작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모든 연주가 좋았지만, 저는 특히 1부에 연주한 스페인 민요 모음곡 중 세번째로 연주한 '호타'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보니 '호타'는 작곡가인 마누엘 데 파야가 둘이 사귀는 것을 속이고자 여자 친구의 어머니 앞에서 티격태격 싸우는 연인의 모습을 위트있게 그린 음악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정말 속사포처럼 서로 말을 퍼부으며 싸우는 남녀를 보는 것만 같은 빠르고 재미있는 음악이었어요.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쟈끌린 뒤프레가 연주한 Jota가 있네요. 쟈끌린 뒤프레는 기타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데요. 피아노와 함께한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네요. 미샤 마이스키 부녀의 연주는 이보다 훨씬 경쾌하고 발랄했습니다. :-)

 

어느덧 연주가 모두 끝나고 관객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미샤 마이스키 부녀의 커튼콜이 이어졌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오오오~  다섯 번..  관객들의 박수는 몇 분이 지나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샤 마이스키 부녀도 계속 나와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구요.

 

그러더니 마침내 첫번째 앵콜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앵콜 연주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박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도 몇 번이나 부녀의 커튼콜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두번째 앵콜곡..  이렇게 시작된 미샤 마이스키 부녀의 앵콜 연주는 무려 다섯 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앵콜 연주 시간만 30분 정도?  공연이 모두 끝난 시간이 10시 30분이었으니 인터미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총 2시간이 훨씬 넘게 연주를 해 준 셈입니다.

 

대중음악 콘서트도 클래식 공연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많은 커튼콜을 받아 주고 이렇게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앵콜 연주를 해 준 연주자는 미샤 마이스키가 처음이었어요.

 

세 번째 앵콜이 끝날 때 즈음에는 앞자리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구요. 마지막 앵콜곡 끝나고 나서 돌아 보니 저 위에 3층 관객석까지 모두 기립해 있더군요. 연주가 훌륭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관객의 반응에 이렇게 기꺼이 호응해 주고 감사를 표하는 연주자에게 관객이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들으며 참 고전적인 향취가 짙은 연주자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은 여느 대중 음악가 못지 않은 연주자인 것 같았습니다. '대중적인 거장' 미샤 마이스키는 올해 61세라고 합니다. 지난 10년 간 꽤 자주 한국을 찾아 연주회를 가졌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자주 한국을 찾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나 멋진 공연을 선물로 주신 콩기자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집에 와서 프로그램에 기록되어 있지 않았던 다섯 곡의 앵콜곡에 대해 찾아 보았습니다.

 

Scriabin - Romans

Bartok - Romaian folk dance

Saint Saens - Samson et Dalila

Unknown composer (Rusian) - The day when I met U

Strauss - Romance for cello

 

2009/11/24 23:38 2009/11/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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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내리는 밤...미샤 마이스키 첼로 연주회

    Tracked from 속닥속닥 블로그  삭제

    6개월전에 예매를 해두고 그날이 올까요? 하며 기다린 공연..... 11월 끝자락 눈내리는 밤... 예술의 전당 미샤 마이스키 첼로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30분 가량 커튼콜이 이어졌고 5곡 앙코르연주는 정성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유료관객률이 보통 90%대라는 게 당연스레 느낄 정도였어요... 딸과 함께 연주한 공연후기는 꼬날님이 잘 정리해주셨고... 전 프로그램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그의 얘기를 한자락 이곳에서 소개할까 합니다. “내 나이는 37살..

    2009/11/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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