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날이와 친분이 있는 분들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듯 꼬날이는 빵집 딸입니다. 여기에서 빵집이 어떤 빵집인 지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저는 늘 '나는 빵집 딸'이라고 말해 왔으니까요. 그리고, 회사에도 자주 가는 모임에도 그 빵들을 무척 많이 싸 들고 다녔습니다.

엄마가 그 빵집을 시작한 건 1999년 11월. 그러니까 벌써 햇수로 8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그 8년 간 1년에 딱 이틀, 설날과 추석을 빼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왔습니다. 우리 가게는 아침 단골 손님이 많아서 7시면 문을 엽니다. 그리고 퇴근 길에 아이들을 위해 빵을 사 가는 아빠들을 위해 밤 12시까지 꼭 문을 열어 놓습니다. 혹 빵이 떨어지더라도 11시까지는 열어 놓습니다. 귀가 길에 실망하실지도 모를 손님들을 위해섭니다.

우리 가게는 단골 손님이 많습니다. 주택가에서 8년 간 장사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엄마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기 때문입니다. 8년 간 거의 하루도 빼 놓지 않고 아침마다 들르셔서 빵 2개와 커피 한 잔을 들고 가시는 70대 할아버지는 최고의 단골 손님입니다. 이제는 저하고도 친해지셔서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입니다. 인근 대학에 근무하시는 교수님은 아들을 데리고 들러 신문을 읽으시며 빵을 드시곤 합니다. 동네 스시집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도 출근 길에 반드시 우리 가게에 들러서 빵 한 개와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준비하십니다.

8년 전에 갓 결혼했던 신혼 부부는 이제 유치원생이 된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옵니다. 첫째 아이만 있던 엄마는 이제는 첫째와 둘째는 양손에 데리고 막내는 등에 업고 찾아와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갑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가게는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맘껏 떠들고 돌아 다니며 놀고 갑니다. 아이 엄마들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와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는 동네의 이야기방입니다.

아르바이트 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입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가게에 취직해서 대학을 다니는 내내, 휴학 기간을 합쳐 5년을 넘게 일하고 이제는 직장인이 된 알바생부터, 애기 엄마가 된 알바생까지..   우리 가게는 그야말로 동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게입니다.

엄마는 평생 전업 주부로 가사일만 하다가 뒤 늦게 빵집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계산기 누르는 일도 서툴렀지만, 이제는 십 수 가지의 커피 음료도 척척 만들고, 에스프레소 기계도 전문가 수준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다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엄마가 직접 구워주는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출근합니다.

우리 엄마는 동네에서 던킨 아줌마, 던킨 할머니로 통합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8년간 열흘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동네 사람들이 편안히 쉬는 사랑방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 해 왔습니다. 아마 다른 동네 던킨 아줌마 아저씨들도 다 우리 엄마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일찍 가게문을 열고 밤 늦게까지 일하시며, 하루 두 번 배달되는 신선한 빵을 판매합니다. 열심히 사는 분들입니다.

지난 며칠 간 블로고스피어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좋은 가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전혀 생각되지 않고, 단지 확실하지 않은 사실들이 점점 더 커다랗게 부풀어져 가는 상황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많이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모습이 있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부디 일이 잘 해결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007/05/01 20:09 2007/05/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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